정영욱
대부분의 일깨움과 치유는 동질의 마음에서 나온다 생각한다. 무언가 알려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이라, 나도 이랬었다고 미련했던 마음을 적어 본다. 단지 그뿐. 난 이렇지만 기필코 살아간다고. 그러니 당신도 꼭 살아내었음 한다고. 주식회사 부크럼의 대표. 부크럼 출판사와 이외의 문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대표작으로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편지할게요』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 있으며 40만 부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하여 스테디셀러 에세이 작가의 입지를 다졌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는 늘 따스한 응원을 전해 온 정영욱 작가가 다시 한번 독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힐링 에세이이다. 20만 부 판매를 기념하여 12개의 미공개 원고를 담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그 날, 나는 생각했다. 영원한 이별 앞에서도 사람은 의연해질 수 있구나. 사람이란 것이 그렇구나. 정말 소중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결국 이별 앞에서 의연해지는 것이 사람이구나. 어쩌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아빠와 큰아빠 그리고 거기 모인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엔 다시 웃는 모습일 수 있는 이유였다. 사람은 슬픔의 순간을 망각하고, 마음속 이별의 아픔은 무뎌진다. 마치 생물이 진화하듯, 살면서 이별에 저항하는 동물이었다. 꼭 고된 이별을 겪으면서 점점 이별의 슬픔 같은 감정에 저항력이 생기는 것처럼.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더 슬프고 공허해지는 일이었다.
--- 「누렁이」중에서
어쩌면 눈물을 감추었던 눈만큼이나 삶이 무미건조해진 탓이겠지요. 어떻게 살아지다 보니 아픈 것도 감지덕지라 느끼고 산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프고 힘들어도 티 낼 수 있는 거 고작 그거만으로도, 약해질 수 있는 거 고작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산 건 아닐까 합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신가요? 나만 갑자기 이런 생각 든 거 아니겠죠? 나만 진부한 슬픔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거 아니겠죠?
--- 「힘들어서 말고 행복해서」중에서
많이도 애썼다. 괜찮은 척하느라 애썼고, 버텨내느라 애썼다. 어떤 때에는 밖으로 나오려는 화를 억지로 쑤셔 넣었던 목구멍에게 참 애썼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 혼자 끙끙 앓아버린 시간에게 애썼다. 힘들지 않은 일도 억지로 하면 힘들기만 한데, 억지로 힘내온 당신의 마음에게 참 애썼다. 또, 힘내라는 말을 억지로 이해시켜버린 머리에게 참 애썼다. 마지막으로 애써 자신에게 말을 건네면 좋겠다. 난 오늘 참 잘했다고. 실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아서, 뒤처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멈춰 서지 않아서. 참 잘했다고 말이다. 애써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 「애썼다」중에서
힘들 때 누굴 위한 힘듦인가 생각하라는 것은 그런 말이었습니다. 똑같이 힘들지만, 나를 위해 힘들다면 궁지에 몰려도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버틸 수 있는 오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나를 위해 힘들던 타인을 위해 힘들던 똑같이 힘들 것이라면, 어떨 때에는 온전히 나를 위해 힘들어 보기도 하자는 것이지요.
--- 「온전히 나를 위한 힘듦」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