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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형태

저자 소개

여태현

예민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삶의 틈새를 아낀다. 그 허술한 틈새로부터 흘러나오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를 받아 적는다. 소외된 글자를 대변하고 싶다. 쓴 책으로 『인어』 『우주의 방』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다정함의 형태』 『그리운 누군가가 근처에 산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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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펴내며 4
  2. 첫 번째 이야기. 다정함의 형태
  3. 어떤 다정함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14
  4. 운명론적인 18
  5. 불멸하는 다정함에 대하여 22
  6. 사랑하는 것을 많이 만들기 25
  7. 슬픔을 배제하고는 다정함을 말할 수 없다 28
  8. 사랑을 갈구하는 것 32
  9. 나를 안도하게 만드는 다정함 36
  10.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으로 남고 싶은 41
  11. 두 번째 이야기. 나를 다정하게 만드는 것들
  12. 다정함의 총량 48
  13. 다정한 표정 50
  14. 인형 - 별 다른 이유 없이도 53
  15. 양말 - 그 보들보들한 감촉 57
  16. 사전 - 사랑의 정의 60
  17. 꿈 - 하루를 덤으로 사는 기분 65
  18. 글쓰기 - 좋아하는 일이 주는 괴로움 67
  19. 허니버터감자칩 - 이렇게 어이없는 이유로 내가 보고 싶을까 70
  20. 목폴라 - 어느날 문득 72
  21. 비 - 대상없는 애틋함 75
  22. 암막 커튼 - 세계와 나를 분리시키는 79
  23. 장갑 - 허영심 82
  24. 문 - 문밖에 사람들에게도 86
  25. 자동차 - 완전히 독립적인 공간 88
  26. 노래 - 감정의 잔물결 92
  27. 작업실 - 일상과 분리된 95
  28. 연남동 - 그 고즈넉한 98
  29. 영화 - 선을 하나 넘는 일 101
  30. 빨래 - 가지런한 사람 105
  31. 책 - 쏟아지는 글자의 세계 107
  32. 여행 - 꼭 어딘가 돌아갈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110
  33. 샤워 - 으레 그런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112
  34. 연필 - 필사적인 삶의 형태 115
  35. 손목시계 - 사물의 의미 117
  36. 요리 - 모든 과정을 낱낱이 좋아하게 되는 일 120
  37. 요리 -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일 124
  38. 면 - 좋아하는 것은 쌓아둬야 제맛 127
  39. 산책 - 세상을 느리게 관찰하기 131
  40. 아메리카노 - 취향 135
  41. 키보드 - 창조자의 모습은 조금 둥글다 138
  42. 크리스마스 - 세상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처럼 142
  43. 생일 - 반드시 기분 좋은 날 144
  44. 세 번째 이야기. 체온, 그 다정한
  45. 친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150
  46. 다정한 습관 153
  47. 내가 너무 나라서 155
  48. 무언의 대화 159
  49. 정수리 161
  50. 개연성 164
  51.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 166
  52. 일주일에 두 스푼 169
  53. 공통분모 173
  54. 잘 지내고 있습니다 175
  55. 미음 이응 179
  56. 나를 무한히 다정하게 만들던 181
  57. 기억은 다른 기억으로, 다정함은 더 큰 다정함으로 186
  58. 예보 없이 내린 188
  59. 안부 190
  60. 끝내 잊어버리지 않는 것 이런 것도 다정함의 형태일 것이다 192
  61. 나는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197
  62.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던 200
  63. 좋아요 204
  64. 사랑한다는 말 207
  65. 사랑, 그 막연한 것 209
  66. 마치며 212

책 속으로

운명적 신호와 직면할 때마다 (예컨대 시계를 볼 때마다 시곗바늘이 꼭 누군가의 생일을 가리키고 있다거나, 앞차의 번호판이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떠오르게 한다거나, 나눠 먹은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누군가의 생일을 가리키고 있다거나 하는.) 나는 그런 걸 간절히 믿고 싶어진다. 세상엔 운명 같은 만남도 있는 거라고,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거라고, 너를 사랑하는 것은 필연적인 거라고. 운명 앞에 서면, 나는 가끔 누군가에게 무한히 다정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 「운명론적인」 중에서

다행히 나는 감정의 기복이 아주 큰 사람이다. 오르내릴 때마다 지금 상태에 맞는 것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할 수 있었다. 감정의 기복이 큰만큼 그 폭 안에 더 많은 것들을 얼마든지 안을 수 있는 거다.
--- 「사랑하는 것을 많이 만들기」 중에서

다정함. 뜻과 소리가 따듯한 느낌을 가졌다.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요즘 가장 날 평화롭게 만드는 명제는 단연코 다정함이다. 다정하게 구는 것들을 보면 잘 대해주고 싶다. 비슷한 온도의 마음으로 내게 쏟은 애정을 되갚아주고 싶어진다. 내가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레 만지는 태도와 부서뜨릴 만큼 꽉 끌어안는 거. 어떤 날엔 한 발짝 떨어져서 조심스레 관찰한다. 그러다 보면 그동안은 모르고 지내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다.
--- 「어떤 다정함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중에서

봄이 있음을 알게 되어야 비로소 겨울이란 단어가 생기고, 밤이 있음을 알아야 비로소 낮이란 단어가 생기는 것처럼 다정하지 않은 상태가 있음을 알기 때문에 비로소 다정함이란 단어가 성립할 수 있다. 우린 쓸쓸함을 배제하고는 결코 진정한 다정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쓸쓸해 본 사람만이 다정할 수도 있는 거다.
--- 「슬픔을 배제하고는 다정함을 말할 수 없다」 중에서

내게 할당된 다정함의 총량은 그리 많질 않아서, 누군가에게 따듯하기 위해선 꼭 그만큼의 따듯함을 빌려 와야 합니다. 때론 사물로부터, 때론 현상으로부터, 단어로부터, 타인으로부터 빌려온 따듯함은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해 누군가에게 쏟아집니다. 그럼 나도 잠시간 다정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 「다정함의 총량」 중에서

일단 연애를 시작하면, 일정한 만큼의 자아를 덜어내야 한다. 덜어낸 자아는 곱게 접어 볕이 들지 않는 곳에 켜켜이 보관한다. 신경 써서 고른 신발을 신고, 용납할 수 있을 만큼의 자아만 챙겨서 집을 나선다. 연애를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나를 덜어내야 하는지 가끔 생각한다.
--- 「내가 너무 나라서」 중에서

한겨울, 침대에 앉아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따듯한 양말을 신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그 보들보들한 감촉. 당신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 「양말- 그 보들보들한 감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