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꿈이었다는 듯, 이제 그만 깨어나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당신은 없었고 나는 원래 혼자였다는 것처럼. 자꾸만 그날의 바람이라든지 오후 햇살의 냄새라든지 노을빛 눈부심 같은 것들이 모든 건 꿈이었다고 내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기억이 흐려지는 게 무서워요. 떠오르는 추억들 모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너무도 찬란하여서, 마치 긴 꿈을 꾼 것만 같거든요.
난 당신이 내게서, 지난 내 손마디에서
오래도록 선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당신이 내게서, 지난 내 손마디에서 오래도록 선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에서
그런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봐야지. 하면서
꺼내 보게 되는 사진 한 장 같은 거.
이젠 정말 잊어야지. 하면서
손 닿을 곳에 눈 닿는 곳에 덮어두는 액자 같은 거.
--- 「다짐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중에서
관계라는 게 그래요.
수만의 다정한 말이 오갔어도
날 선 말 한마디면
남이 되는 것은 한순간에 불과하고,
함께 수천의 꽃을 피워냈다고 한들
한쪽에서 물을 주지 않는 순간
그 꽃들은 모두 시들어버리고 말아요.
그러니 우리
오갔던 수만의 말과 표정과 행동들이
전부 진심이었다면,
아프고 허무하고 허탈한 것이 맞는 거겠죠.
--- 「말 한마디에 남이 되는 것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