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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보단 낭만이기를

저자 소개

최형준

1997년 8월 8일 군산에서 태어나 현재는 서울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단번에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동경해 언제나 그 안에 머물며 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발레 전공으로 재학했다. 별안간 읽고 쓰는 일에 뜻을 품게 되어 이렇듯 점잖은 화자로서 지면을 통해 당신과 만났다. 가르쳐 줄 건 별로 없지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무진장 많다. 2020년, 산문집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을 출간했다.

목차

  1. 작가의 말 004
  2. 프롤로그 010
  3. 1
  4. 굿바이 서울 016
  5. 아마도 마저 칠하려고 사는 게 아닐지 026
  6. 비타민D +1 세로토닌 +1 032
  7. 여유는 챙겨가지 않아도 그곳에 많이 있겠죠 040
  8. 뇌가 녹아버릴 만큼 따뜻한 노래를 들어야 해요 043
  9. 모쪼록 앞으로는 더 잘해줄게 047
  10. 그녀가 내게 보내는 무한 애정의 눈빛 052
  11. 실패에는 분명 미학이 있다 058
  12. 알다시피 삶이란 어렵다 064
  13. 황금비 069
  14. 시계의 낭만 074
  15. 폼은 영화로 배우고 소신은 소설로 배운다 082
  16. 2
  17. 낭만이라고 해도 늘 내 마음 같지는 않은 걸까 088
  18. 나도 한번 빛나 보자 093
  19. 취미에 대하여 098
  20. 작전 상 후퇴 104
  21. 오만 가지 이상의 핑계 111
  22. 무서운 얘기 118
  23. 관심은 이 시대의 아편이요 124
  24. 갖고 싶으면 가져야 하는 128
  25. 원하는 건 같지만 허락되는 건 줄어든다 134
  26. 호기심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138
  27. 전철 앞 칸에 오르며 142
  28. 문행불일치 147
  29. 3
  30. 일단은 즐거운 일이라 했다 156
  31. 그런 것들을 모조리 사랑했다 162
  32. 운동화보다 구두가 편하다 170
  33. 나비 효과 177
  34.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이인무 183
  35. 입 밖에 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던 거야 190
  36. 철없지만 그때는 197
  37.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이라면 202
  38. ?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211
  39. 익숙해지고 보면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일들 215
  40. 너에겐 행복할 자격이 가득하다 못해 흘러 넘쳐 221
  41. 에필로그 228

책 속으로

그리워할 각오 없이는 무엇과도 작별하지 못한다. 그리워할 각오가 됐다면, 작별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신호다. 좋은 글을 써야지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작별을 향해 당차게 걸어갈 용기를 주고 싶다. 건들거리며 시니컬하게 걸어간다면 더욱 좋겠지. 작별은 어렵고 또 불안한 거니까.
--- p.24

아직은 당장 손에 잡힐 듯 선명한 기억이지만,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측두엽은 기억을 편집하고 편집하다 마침내는 썩 많은 걸 남겨두지 않겠지. 그 황량한 정취를 느끼기 위한 과정은 점점 더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면서도 이전만큼의 향수를 일으키지는 못하겠지. 이내 기억 속 세계에 내리는 비에 속옷까지 젖기란 아예 불가능해질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허망하다. 노스텔지어는 역시 통증에 가까운 걸까.
--- p.72

‘알아서 할게’의 미학이 세상에 널리 통용되었으면 좋겠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어련히 알아서 할 일들이 세상엔 많은데, 그런 걸 일일이 참견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그만큼이나 많기 때문이다. 다소 쌀쌀맞아 보이겠지만, 용기를 내 ‘알아서 할게’라 말하자. 너도 나도 그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다 보면 ‘알아서 할게’ 쯤은 그다지 쌀쌀맞은 말이 아니게 되지 않을까.
--- p.92

나이는 쌓이기만 하는 거라 줄어드는 법이 없고, 젊음은 얼음이나 사탕 같은 거라서 탄생 이후엔 손실뿐. 정말 절실하게 알고 싶다. 왜 아름다운 건 죄다 찰나에만 머물까. 있잖아, 사람은 지혜롭지 못해서 한번 달구나, 하고 생각해 버리면 시도 때도 없이 핥게 되어 있어. 젊음은 그런 식으로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버리는 거야. 아프니까 청춘 같은 소리를 하면, 그저 영혼 없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겠지만, 말마따나 청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 뿐이기에 아픈 게 맞긴 해.
--- p.95

일단은 즐거운 일이라 했다. 추억을 물고 늘어져 잠시 감상에 젖어보는 건 마치 술에 취하는 것과 비슷해서 벌컥벌컥 들이킬 때는 한없이 즐겁기만 한데, 일단 흥이 고조 되고 난 다음엔 어지간히 숙취가 지독하다.
--- p.157

나는 낭만을 언제나,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 믿고 싶다. 다만, 그게 늘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들 일상에 녹아 있지만, 그러니만큼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쳐 보내기 십상이다.
--- p.160

모든 변화에는 완숙기가 필요한 걸까. 익숙해지고 보면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일들이 많다. 깨달음이란 늦거나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이라서 불필요한 신경을 죽어라 썼구나 하는 생각은 늘 나중에야 든다.
--- p.219

낭만. 적어두고 바라만 봐도, 소리 내 발음해보기만 해도 어딘가 간드러지는 울림이 있다. 어쩐지 낭만, 낭만 하다 보면 사랑, 사랑 같은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