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저는 참 무모하고 미련하게 살았습니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아집과 용기로, 멈추려 해도 샘솟는 사랑의 마음으로 일 년을 채웠습니다. 당시에는 끊임없는 어둠 속이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빛나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무모하게 살고 미련하게 사랑하는 삶을 당분간 멈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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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면 이룬 만큼 공허하다. 이뤘는데도 행복하지 않다.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 또 방황한다. 학창시절, 조금만 생각이 넓었다면 혹은 어른들이 우리를 넓게 가르쳤다면, 삶은 멈추는 일이 없다는 걸 좀 더 일찍 배웠을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일은 지독하게, 끊임없이 반복된다.
--- p.18
조금은 무모한 삶을 살기로 했다. 답이 뻔히 보이는 결말만 바라보고 쳇바퀴 돌 듯 사는 하루하루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루를 살더라도 나는 조금 무모하고, 도전적이고, 재미있게 살련다.
--- p.21
마음을 다잡아 본다. 오늘 하루 내가 정말 ‘죄송’했던 일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나 자신을 괜시리 낮추지는 않았는지. 죄송하다는 말로 가리고 있었던 나의 자신감도 잠깐 꺼내 보고 아직도 빛나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 조금 더 갈고 닦아 본다. 겸손과 자신감 사이의 외줄을 아슬아슬하고 아름답게 걸을 수 있도록 바라 본다. 그대의 자신감은 안녕한지, 빛이 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 p.37
‘정성을 쏟아도 되지 않겠지.’ 속단했던 일들을 돌이켜 봤다. 기적이라는 건 생각보다 가까이 있구나. 기적을 믿지 않는다고 단념해 버린 일들이 있는지 되새겨 봤다. 어떠한 일에 정성 쏟기를 멈추어 버린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 p.58
결국 우리 모두는 이별한다. 죽음으로 이별하든 관계의 끝냄을 선택하든 이별은 결국 온다. 다만 이별이 왔을 때 주지 못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사랑했던 시간들이 참 후회스럽게만 남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구차한 미련이 남을 것 같다. (중략) 항상 미련하게 사랑했음 좋겠다. 다 내어 주었음 좋겠다. 모든 사랑이, 또 그 사랑의 기억이, 남김없이 아름다웠음 좋겠다.
--- p.65
따뜻한 말을, 마음을, 손길을 먼저 건네 본다. 초라해 보였던 하루가 고귀한 것임을 알기를, 연약한 자신도 친구가 있다는 걸 알기를, 힘들어도 괜찮다는 걸 알기를, 사랑의 마음이 싹트기를 바라 본다.
--- p.83
손해 볼 줄 아는 용기를 가져 보기로 한다. 지독히도 강직하고 냉정했던 나의 편의를 지켜 준 지난 십 년간의 주위 사람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본다. 강건하기보다 유연해지기로 한다. 그래야 나도 애정 어린 잔소리를 늘어놓는 후배 몇 명과, 실없는 소리로 전화하는 친구들과 살 부대끼면서도 싸우는 가족과 함께 그렇게 복작거리며, 그렇게 나누고 베풀며, 그렇게 사랑하며 살 수 있겠다.
--- p.89
어두운 곳에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그녀를 찾아 힘껏,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손을 흔드는 나도, 그 인사를 받는 그녀도 서로의 모습이 우스워 깔깔댔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털어 버렸다.
--- p.85
감정이란 마음의 물은 방류해주지 않으면 썩고, 곪는다. 어쩌면 감정을 소모했던 일들이, 그 용기가 나를 성장하게 하고 더 건강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가진다는 건 인간으로써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이 자연스러운 행동에 부자연스러운 브레이크를 거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
--- p.96
세상에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곳곳에 샘물처럼 보그르르 솟아나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누구에게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런 사랑도 분명 있다.
--- p.104
남김없이 쏟아붓자. 좀 구질구질하면 어떠한가. 일할 때는 부조리한 일들도 참고 견디면서 사랑 앞에만 서면 한없이 강해지려 하는 그 고집을 버려보자. 그렇게 비워내고, 털어내고, 또다시 채우고, 미련하게 사랑하고 싶다.
--- p.107
어릴 때는 내가 나이가 들면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영안靈眼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최소한 상대방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은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으려나 보다. 남들도 나와 같이 오지 않을 날을 기다리리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용기 있게 나 자신을 좀 더 내보이기로 했다.
--- p.124
개척자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비난 받을 용기, 선택에 실패할 용기, 정답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배짱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그대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중략)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 본인이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라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일 하나에도 남들이 무서워 결단을 못 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삶을 살고 있는 그대는 대단하다.
---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