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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저자 소개

허지선

나에게 연필은 글을 쓰거나 공부하는 데 쓰이기보다 손에 쥐어지는 대로 끄적이고 그림을 그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같이했다. 숙제로 주어진 일기를 꽤 오랜 기간 쓴 적도 있었지만 언제나 마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진 낙서였다. 서점의 저 수많은 책들처럼 뚜렷한 신념이 있거나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닌 내가 글을 쓴다는 자체가 부끄럽고 부담스러웠지만, 똑같이 고민이 많고, 상처를 받고, 위로받길 바라는 우리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 정서의 온도를 나누고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목차

  1. 프롤로그: 가라앉지 않을 만큼의 무게
  2. PART 1 벽을 쌓고 허무는 일
  3. 숨구멍 | 새 신발 | 정답이 없다 | 내부 수리 중 | 말린 꽃 | 꽃을 피우다 | 마음의 방 | 벽을 쌓고 허무는 일 | 계단 | 보호 필름 | 개인의 취향 | 빵을 키운다면 | 공허의 바다 | 부족함의 공간 | 안테나 | 자리 | 새살이 내려앉는 걸 지켜보는 일 | 아지트 | 기지개 | 오늘도 다짐 |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 속내 | 건네는 말 | 꽃가루로 이루어진 | 도플갱어 | 생각나서 사 왔어 | 웅크림
  4. PART 2 오늘의 봄도 목련처럼
  5. 나무처럼 | 여름을 기억하는 여름 | 냉장고는 따뜻하다 | 캔디 머신 | 멍 든 복숭아 | 개는 신뢰하는 대상에게 몸을 기댄다 | 환생한 건가 봐요 | 식물처럼 | 사소한 차이 | 온전한 시간 | 은근한 조력자 | 말이 필요없는 사이 | 책상 위의 든든한 지원군 | 해바라기 | 낯선 길 | 시간, 기억 | 물 속에서 춤추는 꽃 | 편지 | 아빠의 목소리 | 오늘의 봄도 목련처럼 | 뿔 소녀 | 다섯 잎 클로버 | 책임감을 가져야 해 | 커피 한 잔의 시간 | 그늘 속 벚꽃나무
  6. PART 3 홀로 고여있는 시간
  7. 나침반 | 폭풍우가 치는 바다 | 실망할 줄 아는 것 | 멍 때리는 시간 | 어울릴 것 같지 않아도 | 머리 끝에 피어있다 | 지나친 겸손 | 불완전한 깃털 | 어설픔을 남겨두는 일 | 귀걸이 | 누구에게나 위기는 닥친다 | 첫 회사 | 주근깨 | 홀로 고여있는 시간 | 놀이공원 | 가까이에 있었다 |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 불안함의 기억이 나를 붙잡을 때 | 유일하게 끈기있는 것 | 천산갑 | 숫자에 어울리는 사람 | 지나치게 좋아해서 거리를 둔다 | 타인의 눈 | 아이러니 | 성장의 열쇠
  8. PART 4 그저 평범했던 하루 중에
  9. 누구의 인생도 망하지 않았다 | 고민 씨앗 | 아름다운 말을 위한 | 웃는 얼굴 Ⅰ | 웃는 얼굴 Ⅱ | 든든한 나의 친구 | 마트료시카 | 콤플렉스 | 작은 돌에도 상처가 났다 | 물린 자국 | 각자의 속도 | 나의 토이스토리 | 까칠함의 무게 | 용기 | 눈물은 슬플 때만 흘리고 싶었는데 | 삼켰어야 했는데 | 초를 불지 않을래 | 향수 | 까만 날개 | 머그컵 같았던 사람 | 전류 | 발톱깎이 | 날개 달린 손 | 고작 무릎 높이 | 그저 평범했던 하루 중에
  10. 에필로그: 감사의 말

책 속으로

'내부 수리 중'
우리에게도 이런 표시가 필요한 듯하다.
군데군데 얽히고 어지러워진 속을 이 감추려고 끙끙대지 말고
서툰 손길로 막지 말고 각자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 p.19

뜯겨나간 자리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드러운 보호제로 감싸주고
아물 때까지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것. 가장 어렵고 가장 쉬운 일.
새로운 살이 내려앉는 그 시간을 견뎌주면 되는 것이다.
--- p.45

다 자란 성인은 있어도 다 자란 어른은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고 알아가고
느끼고 삼키고 소모하고 채우고 버티고
또 그렇게 쌓이는 우리는 아직, 무럭무럭 성장하는 사람들.
--- p.69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자긍심이 옅게나마 보이는 얼굴을 지녔다.
제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나.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
--- p.139

'이번 생은 망했어'
그 누구의 인생도 망하지 않았다.
살아갈 날은 길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진다.
그러니 다음 생에까지 미루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 p.173

나는 지금도 어색한 사람들과 있으면 반사적으로 웃는다.
그렇게 해서 나쁜 인상을 주는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많이 친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진심인 것처럼 포장을 해도 그 너머에서 웃음을 낭비하고 있는 걸 다른 사람도 모를 리 없다.
오늘도 외출하는 현관에서 거울을 보고 작게 다짐한다.
너무 애쓰진 말아야지.
--- p.179

오늘은 기억에 남지 않을 평범한 날들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쩌면 훗날 운명의 날이 됐을 때,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추억들 속에 오늘은 분명 없겠지만,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들로 채워진 하루들 속에 우리가 있다.
---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