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주
강연과 수많은 상담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을 돕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최고 부모교육전문가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를 모토로 삼아 부모의 자존감을 지키고 아이의 모든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BS [부모] [다큐프라임], KBS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아이의 훈육과 아빠 육아, 밥상머리 교육, 형제 갈등 등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며 학부모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멘토로 평가받는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네이버 TV,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다양한 부모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며 독자와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 『책 읽어주기의 기적』,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하루 5분 엄마의 말습관』,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등이 있으며, 『엄마라서 행복해, 내 아이라서 고마워』, 『아이의 뇌를 깨우는 존댓말의 힘』, 『임영주 박사의 그림책 육아』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도서인 세종도서에 선정되었다.
딸이 있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지. 엄마가 힘들어할 때 네가 사 왔던 영양제. 온갖 건강식품들. 너와 투닥거릴 일이 있으니 인생 심심치 않고 말이야. 디지털 세대 딸과 아날로그 세대 엄마가 만나 세상을 알아가는 일도 엄마는 즐겁고 좋다. 너를 통해 젊은 세대와 교감도 하니 네가 있어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좋단다. 진실로, 네가 있어 좋다. 네가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네 딸에게도 이런 말을 하겠지. 엄마가 네게 그러는 것처럼. “네가 엄마 딸이라서 고맙다.”
가능성이 있어 퇴사도 자신 있어 하는 너. 직장에 다니면서 좋은 점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면 단호하게 떠남이 최선이라는 것을 아는 너. 아깝지만 쥐고 있으면 그만큼밖에 못 쥔다는 걸 아는 너. 우물쭈물하지 않고 결단을 하는 너를 믿는다.
하지만 여전히, 겨울 동안 앙상하고 외로워 보이는 채로 바람을 견뎌야 하는 걸 알기에 마냥 희망에 찬 말만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선택할 그 어떤 것이 지난 시간에 겪었던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알기에 우물쭈물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딸, 너의 퇴사를 축하해. 너를 가장 사랑하는 네가 내린 결정이기에 믿는다.
너무 아끼면 녹슬고 굳어진단다. 자꾸 꺼내 써야 말랑해지고 윤기 나고 본래의 가치를 발휘해. 특히 말은 아끼면 안 돼. 아예 못 하게 되거든. 귀한 말일수록 자주 꺼내 쓰렴. 그래야 입에 착착 감기게 할 수 있어.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 미안해. 노력할게….
우리 바득바득 싸우더라도 앙금은 남기지 말자. 앙금은 가라앉은 듯하지만, 어느 순간 흔들면 또 뿌예진다. 거르고 맑게 하자. 말해주어야 가능해. 네 안의 ‘어린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그게 만약 엄마에게 받은 상처 때문이었다면 그 상처를 떠나보내야 네가 행복할 수 있단다. 말해 봐야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말해주렴. 그래야 더 늦기 전에 엄마 손이 약손이 되어 네 맘을 어루만질 수 있단다.
너도 쌓아두지 말고 말하렴. 엄마도 네게 사과할게. 봄눈 녹듯 미움도 아픔도 사라진다는데 사과의 말 아껴 무엇 하겠니? 앞으로 수십 년 함께 할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해서 응어리진 마음이 녹고 풀어진다면. 그래서 너도 엄마도 좀 더 행복하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실수를 하겠지. 엄마는 앞으로 실수하면 앞에 말한 방법대로 할 거야. 양손을 꼭 감싸기. 공손하면서 따뜻하게 잘 감싸는 게 좋겠지. ‘오른손의 실수를 왼손으로 감싸기’로 하며 남의 실수도 용서의 경지까지는 아니어도 일단은 ‘감싸기’로 하자.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자학하지 않기. 오래 기억하면서 아파하지 않기.
빨리 그것을 놓아 버려. 먼저 살고 봐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 후일을 도모하지. 너를 죽을 만큼 힘들게 하는 건, 네 인생에 도움 되는 게 아닐 거야. 오늘, 지금이 바로 인생인데 계속해서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면 이미 네 인생에 도움 되는 일은 아니야. 죽어도 포기 못 할 일은… 엄마가 보기엔 없다.
상처는 아프지만, 향기를 더 진하게 하고, 더 성장시킨다고. 인생의 보석을 만들어 낸다고. 상처가 많을수록 더 아름답다는 건 모순이 아니라 사실이니까. 너무도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으니까. 상처받지 않는 영혼은 없다고. 이 시간들이 모여 더 아름다운 내가 된다고.
너무 복잡하고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딸아, 사는 게 네 뜻대로 되지 않거나 엉킨 실타래 같은 일로 숨 막히거든 도움을 받으며 살자. 해결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머릿속에서 고민하지 말고 도움을 받으렴.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손을 내밀어보자. 그래야 너도 남이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단다.
사람은 ‘꼭 저 같은 사람을 만나는 법’이란다. 나는 네가 너 같은 사람을 만나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랑에 상처를 받더라도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사랑할 테니까. 사랑에 늘 우호적이 되기를 바란다. 그도 너에게, 너도 그에게 사랑을 가르치며 보여주며.
존중받고 존중하며 살 사람과 함께 살자. 그게 살 맛 나는 삶이니. 네 말대로 인생 뭐 있니. 보고 싶은 사람 보고 살기에도 바쁜 세상. 기 뺏기고 짜증 나는 사람 만나서 네 시간 버리지 마라. 아깝다.
딸아, 기본이 된 사람과 산다는 건 상식 있는 사람, 예측할 수 있는 사람과 사는 행복한 삶이다. 엄마는 내 딸이 ‘기초와 근본’이 단단하고 바른 사람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내 딸이 먼저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는 기분 좋은 사람, 기본이 제대로 된 사람이었으면 더 좋겠다.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내 맘대로 살고 싶다”는 네 맘을 알기에. 그러려면 더욱더 기본에 충실해야 하기에.
잘 돌보고 가꾸며 몸을 극진히 모셔라. 어떻게 타고났든 극진히 모신 그 몸이 평생 너를 이끌고 갈 거란다. 누군가 몸과 정신 중 어떤 게 먼저냐고 묻는다면 ‘몸이 먼저’라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나온다. 몸은 그렇게 중요하다. 딸아, 몸을 극진히 챙기고 모셔라.
달라이 라마가 “세계의 아동이 명상을 배운다면 한 세대 만에 폭력을 없앨 것”이라고 했다는데 숨을 쉬며 나와 남을 챙기는 이 아름다운 원리를 알게 되어 기쁘다. 목숨, 숨, 호흡…. 이왕 쉬는 숨에 우리, 행복하자. 그리고 잊지 말렴. 너의 숨결이 그런 엄청난 의미를 가졌다는 걸.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