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남긴 불안함은 당신이 내게 건넨 몇 마디의 말을 흐리고, 그런 날의 밤은 유난히 길어서 별 하나 없는 하늘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오늘은 괜찮으니까, 내일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 p.11
때론 뻔한 말이, 흔하디흔한 사랑한다는 말이, 하루를 뻔하지 않게,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 p.12
나는 당신이 그냥 좋았다. 당신은 저 꽃처럼 당신만의 색이 있고, 모양이 있고, 이름이 있었으며 참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그냥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당신은 꽃이 아니어도 참 아름다웠고 나는 그런 당신이 그냥 좋았다.
--- p.13
꽃을 다발로 묶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당신에게 느낀 감정들을 모아 사랑인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오래 바라보다 꺼낸 꽃을 하나로 묶는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듯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사랑이어서, 하나가 된 꽃다발은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 p.20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그 정도가 당신과 비슷해 우리는 오래 사랑을 하겠다.
--- p.38
내 품에 안겨 울어도 된다. 당신 울음이 그쳐도 가만히 안고 있을 테니, 내 품에 안겨 잠들어도 된다. 불안한 내일이 문을 두드리면 내가 나설 테니, 잠시 깨어 하루의 소중함만을 반기면 된다. 행복을 건네주지 않아도 좋으니, 당신이 행복하면 된다.
--- p.49
우리 사랑이 지치면, 나는 나를 하고, 당신은 당신을 하겠지.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고, 당신은 나를 만나고, 우리는 새로이 우리가 되겠지. 우리가 손을 잡고, 흐르는 것을 붙잡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시간이 우리의 틈을 메울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되겠지. 우리는 그래도 꽤 괜찮을 테니, 서로의 마음을 꺼내 보여주겠지.
--- p.61
사랑이 무엇인지 당신에게서 알고 싶다. 그렇다고 묻지는 않을 것이며, 말해준다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당신 옆에서, 곁에서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고 싶다. 따듯한 마음은 사랑하기에 적당한 온도인 것을 알기에, 당신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
--- p.64
당신은 내 글 같지 않았으면 한다. 얼굴도 모르는, 읽어 낼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내 글과 다르게, 당신은 누군가를 마주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했으면 한다. 배움이 부족해서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 핑계 가득한 글과 다르게, 당신은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 당신이 존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으면 한다.
--- p.65
연인에게서 느끼는 편안함과 익숙함은 그런 시간을 견뎌낸 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거리를 잘 유지하며, 한 겹씩 벗겨낸 마음이 부끄러움을 이겨 내고 얻어 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이는 꽤나 낭만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73
우리가 바라는 건, 하루에 셀 수 없이 웃는 게 아니라 하루를 웃으며 마무리하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우산을 접고 따듯한 밤을 맞이하는 것이다. 흠뻑 젖은 옷은 결국에 말리면 된다. 이왕이면 깨끗하게 세탁하고, 해가 뜨길 기다리다 펑펑 소리가 나게 옷을 털어내 널어두면 되는 것이다.
--- p.82
유난히 외로운 겨울이다. 얇고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지만, 기껏 데운 공기는 입 밖으로 흩어진다. 매서운 추위가 슬며시 다가오다 나를 확 끌어안아 주면 좋겠다. 나를 붙잡고서 놓아주지 않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겨울이 혼자서 외롭지 않게. 떠나가는 내가 혼자서 외롭지 않게.
--- p.114
나는 당신을 끝까지 읽어 내려 한다. 당신을 읽고, 읽어 내어 우리가 되었을 때, 나는 읽히지 않더라도 더 바라는 게 없을 것이다. 당신도 나를 끝까지 읽어 냈으면 한다. 나를 읽고, 읽어 내어 우리가 되었을 때, 나와 당신은 사라지고 우리만 남을 것이다.
--- p.122
쓸쓸함에 익숙해져야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당신 말을 되새길 거야. 그렇게 우리는 따듯한 삶을 살아갈 거야.
--- p.126
비가 내리면, 당신이 함께한다. 당신은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손으로 가려도 보고, 두 눈을 감아도 보지만 당신은 내 앞에 사뿐히 서 있기에. 비가 내리면 여기저기가 쑤시다 던 당신이 생각나서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이다.
--- p.142
미련은 남지 않았는데, 지워 낸 흔적이 여전합니다. 흐려지는 듯하다가도, 눈을 고쳐 뜨고 나면 분명히 남아 있는. 그 흔적을 일부러 지우려 하진 않습니다. 잊힐 때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p.151
나는 그래서 당신이 좋았다.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표정이 정말로 이뻤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정말 좋았다. 나의 표정이 당신 것만큼 이쁘진 않았겠지만, 당신에게는 진심이었던 것을 당신이 알고 있었으면 한다. (중략) 이제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지나갈 것은 지나갈 것이기에. 이제는 현재에 집중하여 살아가고 있다. 가끔, 이쁜 표정이 필요한 때에는 그때 당신을 떠올리며.
---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