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민
2004년 드라마 [미라클]로 데뷔했다. 데뷔 약 10년 만에 임성한 극본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여주로 캐스팅되었고, 마찬가지로 데뷔 10년 만에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그 이후로는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입지를 굳혔고, 2017년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고정으로 출연하게 되면서 더욱 좋은 이미지의 배우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저는 사랑을 좇습니다. 끊임없이 원하고 사랑하며 물러서지 않고 발 담금 합니다. 어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나이가 한참이 지났지만, 저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 혹독한 혼돈에 끝이 있다고 믿었던 것은 부질없었죠. 관으로 들어가는 그 날까지 울렁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버렸습니다.”
나는 계절이든 뭐든 아름다운 것들이 변하고 지나가는 것이 두렵다. 너 냉장고에 들어가라. 냉동실에 들어가라. 그대로 얼려놓고 보고 싶을 때 꺼내어 녹여 보게.
사랑한다는 말은 잠들기 전 이불 같았다. 매일 밤, 나는 그 말을 덮고 깊은 잠에 들고 좋은 꿈을 꿀 수 있었다. 시린 발을 웅크리며 짧은 이불을 당겨본다. 사랑한다는 말.
내 이름 석 자가 그리고 정교하고 알차며 한 자 한 자 애정이 가득 찰 수 있느냔 말이다. 어쩜 그리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언어처럼 소중하게 들리느냔 말이다. 그 입술에서 만들어지는 내 존재가 빛처럼 날아와 화석처럼 박히느냔 말이다. 그 한마디에 너와 나의 역사가 응축되어 귓구멍으로 흘러들어 가슴으로 녹아든다. "소민아" 이 한마디로 나 여기 존재한다. 이토록 눈물 날 만큼 달짝지근한 명사가 또 있을까.
사랑이 끝나고 그 지옥 같은 불덩이를 견뎌 낸 후 우리는 분명 더 단단해진다. 비록, 거친 피부에 퀭한 눈, 바짝 말라빠진 입술을 하고 떡이 진 머리에 핼쑥한 얼굴로 목이 늘어난 티를 입고 있을지언정. 그 사랑들을 지나 또 앞으로의 사랑을 지나면서 그렇게 성장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무섭도록 몰두하고 집중했을까. 근데 그것이 너무나도 쉽게 변하고 사라져 나는 그게 더 무섭다. 우리가 한 계절 바람만도 못하게 불다 사라진 것 같아 더 소름 끼친다. 그것은 진정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잠시 꿈에 취한 거였나.
삿포로에서는 종일 내가 너에게 걸어가도 자욱 하나 없을 일이다. 밤새 내가 너에게 걸어가도 흔적 하나 없을 일이다. 오도카니 서 있으면 나조차 없어질 일이다. 넋 놓고 있다 보면 다 없던 일이다.
그래서 울었다. 너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시간이 끝난 게 슬퍼서 울었다. 내가 아름답던 그 시절이 지나간 게 아파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