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일탈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숨을 돌리며
이런 세상도 있구나 느끼는
그 시간이 모두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거라고. - p.31
나는 네가 삶에 지쳐 강을 보는 걸 잊으면
네 손을 잡아끌고
너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강을
거리낌 없이 보여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 p.32
고민거리를 한 아름 안고 있던 내게
너는 가까이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 주었어.
나도 알지 못하는 내 미래를 확신하면서
불안한 나를 다잡아 줬어. - p.81
너를 만나러 간다는 건
곱고 반짝이는 선물의 끄트머리를
천천히 풀어 꼭 끌어안고 싶은
그런 소중함을 마주하는 설레는 여행인 거야. - p.110
말을 고르고,
시를 고르고,
대사를 고르고.
어떻게 해야
네게 좀 더 다정할 수 있을까.
조금 더 몰두해서
물끄러미 골라 보는 단어. - p.128
언젠가 네가 또다시 힘들다고 느낄 때
이 시간을 꺼내 계속 살아갔으면 해.
남들을 향한 슬픔 대신
너를 위한 행복을 먼저 챙겼으면 해. - p.136
그러니까 우리는
자라나며 생긴 작은 생채기 하나하나와
올곧지 못한 자신에
자책할 필요가 없는 거야. - p.152
어린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듯
손바닥 위에 시옷부터 열 획을 그어
이게 사랑이라고.
서로를 떠나 몇 밤이 지나더라도
혀를 굴려 ‘사랑’이라고 발음해 보면
열꽃이 피듯 넘치는 감정을. - p.157
어떤 사람의 책상을 보는 걸 좋아해.
모든 것이 흠결 없이 정리되어 있는 모습도 좋고
단정치 못하게 저마다의 취향을 쌓아 올린 모습도 좋아.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공간이잖아. - p.204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아흔아홉 개의 케이크를 망친다해도
백 번째 성공한 케이크를
내어 주고 싶은 마음.
그중에서도 가장 예쁜 조각을 잘라
네 그릇에 덜어 주고 싶은 마음. -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