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죽음’, ‘삶’, ‘천국’, ‘Knockin' On Heaven's Door’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젊은 시절을 크게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였다. 서양 철학사를 들춰보고, 모더니즘이니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떠들다가도 결국엔 원점으로 회귀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던 시절이었다.
---「I FEEL BLUE」중에서
컨디션이 괜찮을 때면 종종 고향집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죽을 때가 되니까 그런 것들이 그립더라는 것이다. 기시감이 든다. 내내 고향을 떠올리던 김 할머니가 떠오른 탓이다. 어쩌면 천국은 그리운 곳의 모양을 하고 있을까. 죽은 뒤엔 그리움이 잔뜩 묻은 곳으로 가게 되는 걸까.
---「우주의 방」중에서
언니, 사람을 안다는 건 어떤 걸까요? 이런 소리를 하면 언니는 또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저 ‘안다는 건 그냥 단순히 알고 지낸다는 건데, 네가 너무 단어에 집착하는 건지도 몰라. 수정아.’ 하시겠죠? 하지만 언니 저는 알고 싶은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요.
---「편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