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평
SNS를 통해 매일 수십만 명의 마음을 글로 위로하고 있다. 다정한 언어로 사람과 관계를 해석하며, 온기를 지닌 특유의 문장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상을 관통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빈틈없이 메우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새벽이 문제야, 항상》, 《노래를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이 있다. 신간 《나를 사랑할 결심》은 낮아진 자존감과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일상을 단단히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조용한 상황이 두려워서 의미 없는 행동을 하는 게 어리석게 느껴질 때 즈음, 주변을 정리하고 가만히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주어진 공간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 여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어둠 속에 있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제법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밖은 여전히 너무 시끄럽고, 마음속에 담긴 소리를 알아채기 어려우니까요.”
--- 본문 중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다가 마음의 병을 얻는다고 해요. 주변의 소음과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빠르게 귀 기울이면서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알아채는 것에는 심각하리만치 둔하기 때문이지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언제 편하고, 어떤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딱 한 번만 질문해 봐도 깨닫게 되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 친해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p.14
양손 가득 무언가를 쥔 채로는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습니다. 눈앞에 더 좋은 것이 있어도 움켜쥘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없는 것이지요. 행복이 그렇고, 즐거움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매번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치여 살아가다 보면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돼요.
--- p.39
돌이켜보면 항상 후회가 돼요. 문제는 우리가 후회에 사로잡히는 순간, 해야 할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후회하다가 눈앞에 있는 일을 망치고 그 일로 인해 또 후회가 시작됩니다. 모든 건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지만, 후회는 좋은 걸 남겨두지 않습니다. 모든 걸 망가뜨릴 뿐이지요. 뒤는 잠깐만 봐도 부족하지 않아요. 넘어진 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빠르게 집어 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머뭇거리기 아까운 인생이니까요.
--- p.75
모든 것을 손에 꽉 쥔 채로는 오래도록 사랑할 수 없습니다. 이걸 깨닫는 순간은 참 아팠던 거 같아요. 과거를 탓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일에 몰입하는 중입니다. 부디 불어오는 찬바람만큼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 p.94
우리는 항상 분명하길 원했지만 정작 서로에겐 애매한 표현과 어중간한 표정을 지어왔던 거 같아요. 그리고 문제는 항상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음을 보여주었지만 전해지지 않은. 진심을 담았지만 전부는 아니었던. 조금 더 우리를 소중히 여겼다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요.
--- p.106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어서 함께 걷던 길을 어슬렁거리는 건 이제 그만하려고요. 당신의 집 근처까지 갔다 그냥 돌아오는 한심한 짓도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꺼내지 못한 말은 조용히 담아두기만 하려고요. 듣는 사람이 힘들어할 말은 태어나지 않게 하려고요. 나에 대한 마음을 잃어버린 당신을 마냥 내 곁에 두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 p.126
오늘 같은 날은 유난히 그 사람이 키우던 고양이가 보고 싶어요. 가장 힘든 순간에 생각나는 게 그 사람도 아니고 함께했던 시간도 아닌, 키우던 고양이라니. 뒤늦게 나를 찾아온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의 형체 앞에 이 정도로 평온해진 걸 보면, 나는 이제 제법 괜찮은 상태가 된걸까요.
--- p.140
나중엔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는 것 같아서 울음이 터졌어요. 눈에서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울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어떤 울타리도 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아무도 제 안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지만 외로운 오늘입니다.
--- p.166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내가 잔뜩 멍이 들었어요. 다른 걸 지키려다가 가장 소중한 걸 돌보지 못한 것이지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한 만큼 나 자신과의 거리도 충분히 좁혀나가야 했습니다. 소모된 감정만큼 내 마음도 닳아버린 것이지요. 이제는 나를 한참 안아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 p.180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이곳저곳 상처가 남아요. 미워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건 사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결정에 가까워요. 한참을 미워해 봐야 남는 건 상처뿐이기 때문이지요.
--- p.190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대가 없이 받기만 했던 사랑 같은 것들 말이지요.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흩어져요. 늦었다는 걸 깨달으면 그때는 이미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우물쭈물하다가 주저앉는 일밖에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 인생은 당연하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가치를 발견해내는 숙제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