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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저자 소개

윤정은

쓴다는 것은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세밀히 살피는 일이다. 쓴다는 것은 그래서 마음과 나를 연결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껏 메시지를 쓰고, 울리는 전화기에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뜰 때 행복해지는 마음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보살핀다. 그 글이 읽는 이의 마음에, 입술에 가 닿아 사람 사이의 온기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지은 책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모르지만』,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등이 있다. 2012년 ‘삶의 향기 동서 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윤정은의 책길을 걷다’를 진행하고 있다.

목차

  1. 문을 열며: 떠나고 돌아오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008
  2. 1장 인천공항
  3. 가끔은 도망쳐 보기로 합니다 014
  4. 오늘만큼은 여행자입니다 016
  5. 떠나는 사람들의 짐에 대하여 018
  6. 수많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020
  7. 비행기 창가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시를 따라 읽습니다 023
  8. 라라랜드에 도착했어요 024
  9. 오늘을 춤추듯 살아가요 027
  10. 우리는 조금 더 유연해질 거라 029
  11. 나의 생활지가 당신에겐 여행지가 됩니다 033
  12. 소울 푸드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036
  13. 다정함을 되찾기 위해 낯섦을 구매합니다 040
  14. 떠들썩한 설렘과 도착의 안도를 동냥하러 갑니다 042
  15. 흐트러져도 괜찮아 045
  16. 당신 참 예뻐요 049
  17. 2장 김포공항
  18. 서울시 강서구 하늘길 112번지 052
  19. 우리의 날들도 소리로 기록할까요 055
  20. 이정표를 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059
  21. 여행을 떠나지 못할 땐 뱅쇼를 062
  22. 서른이면 근사할 줄 알았는데 065
  23. 바다의 품에 안기러 갑니다 068
  24. 봄날의 바다에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071
  25. 도움받을 용기를 내보기로 합니다 074
  26. 우리는 웃고, 사랑을 하겠지요 077
  27.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080
  28. 뱅쇼도 끓이지 못할 땐 라테를 082
  29. 지고 나서도 아름다운 꽃 084
  30. 바다의 말 087
  31. 3장 고속터미널
  32. 보물찾기가 하고 싶을 땐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로 갑니다 090
  33. 재미있어 살 것 같아요 094
  34. 심심할 자유를 허락해 주세요 096
  35. 근사한 나이테를 가졌네요 098
  36. 흩날리는 매화 향기에 취하고 101
  37. 함께이지 않지만 함께입니다 103
  38. 온기는 나누는 거라 했습니다 106
  39. 추억의 반은 맛인 거죠 108
  40. 프리지아 꽃 한 다발 114
  41. 나도 싱그럽고 싶어요 116
  42. 이제는 웃기도 하네요 119
  43. 어른이란 건 참으로 시시합니다 122
  44. 당신 참 고마워요 125
  45. 4장 동서울터미널
  46. 어디론가 떠나고 떠나보냅니다 128
  47. 덩달아 여행을 떠납니다 133
  48. 포장마차 천막에 그리움이 걸려있네 136
  49. 모둠 사리 좋아하세요? 139
  50. 실은 너무 좋았습니다 143
  51.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145
  52. 어떤 날의 잔상은 대화로 남아서 150
  53.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152
  54. 부디 건강하세요 154
  55. 보 고 싶 다 156
  56. 나이 든 오늘이 좋습니다 158
  57. 오늘은 홍대에 삽니다 160
  58. 당신 참 사랑해요 164
  59. 5장 서울역
  60. 삶이 시들해질 땐 기차역으로 168
  61. 핑크색과 하트 무늬 171
  62. 식욕이 없을 때 읽어 보아요 174
  63. 그렇다고 다음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고 177
  64. 잘 살 수 있을까요 180
  65. 아직 젊은 우리는 한참이나 살아야 해서 185
  66. 그런데 당신이 호두과자를 좋아하려나요 189
  67. 나는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만 191
  68. 아름다운 추억은 힘이 세지요 195
  69. 과거는 역사가 되고, 오늘이 되는군요 199
  70. 마음의 겨울이 흘러갑니다 202
  71. 다음엔 세수를 먼저 해야겠어요 205
  72. 당신 참 근사해요 208
  73. 6장 청량리역
  74. 시장의 생기는 무료입니다 212
  75. 소주가 유난히 달아요 216
  76. 관계에 서툰 내가 미워서요 220
  77.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224
  78. 문학을 더 가깝게 삶을 더 빛나게 226
  79. 평범한 일상이 시가 되어 흐릅니다 230
  80.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요 232
  81. 나를 부드러이 예뻐합니다 235
  82.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237
  83.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할 겁니다 240
  84. 회기동 가는 길 243
  85. 내 이불이 보고 싶어요 246
  86. 당신 참 아름다워요 249
  87. 에필로그: 당연한 건 없는 매 순간이 소중한 하루입니다 250
  88. 문을 닫으며 256

책 속으로

어쩌면 우리는 매일 떠나가고, 매일 돌아오는지도 모릅니다. 이 문을 열면서요. 삶이라는 여행을 매일 떠나며, 그 길이 여행임을 망각하고 지냅니다. 문을 닫고 오늘의 여행을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매 봅니다. 첫눈이 매일 내린다면 설레거나 가슴 시린 추억으로 남지 않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안녕을 마음으로 빌며 걸음을 뗍니다.
--- p.8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이라면, 어쩌면 이 여행의 종착지는 당신인지도 모릅니다. 제아무리 마음이 비행하여도 어김없이 도착은 늘 당신이니까요.
--- p.22

지금 이 해변에 흐르는 경쾌한 음악처럼 춤을 추듯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그 모든 몸짓이 가벼울 수 있을까요. 삶은 꿈이고, 지금 나는 여기에서 꿈을 꿉니다. 깨지 않을 달콤한 꿈을요. 발끝에 닿는 모래처럼, 자유로운 파도처럼 정해진 길 없이 오늘을 춤추듯 살아가는 꿈을 꿉니다.
--- p.27

일하지 않고 놀고 싶어요,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예뻐지고 싶어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가 고백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우리 엄마 아빠 건강하게 해주세요…. 먼저 다녀간 이들의 욕망과 당신의 욕망이 파도에 섞여 누구의 소망인지도 모르게 바다로 흘러갑니다. 가장 먼저 닿는 이의 소망부터 차례차례 이루어 주지 않을까요. 마음껏 욕망하렵니다.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소소한 행복들까지도요.
--- p.72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이야기해야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을 하라고 우리에겐 언어가 있지요. 정작 도움이 필요하고 힘들 때 혼자 꾹꾹 참는 건 미련함입니다. 물론 타인을 도와주는 마음보다 도움받는 용기가 더 큰 용기일 만치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면 의젓해져야 한다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린 슬픔을 안으로 삼키는 법을 먼저 배웠나 봅니다. 습관적 의존이 아닌,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뻗는 용기를 내보기로 해요.
--- p.76

산다는 일에서 만나는 일상과 사건들은 예측할 수 없는 선물과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선물을 받는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니. 대단히 큰 선물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두 번 혹은 세 번을 끼니로 먹으니 매일, 자주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지만 이토록 확실한 행복이 모여 매일 선물을 받는 다정한 삶을 살 수 있다 생각해요.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걸 기다리며 이토록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걸 보면, 하루치 기쁨을 지금 이 순간에 다 쓴다 해도 아깝지가 않네요.
--- p.112

어디론가 떠나며 들어가는 콧바람은 다디답니다. 휴게소에서 먹는 쥐포와 떡볶이는 왜 이리 맛있을까요. 감격하며 내장산 앞에 도착했고, 가을 갈대를 바라보며 농담을 주고받고는 낄낄대며 산을 오릅니다. 한 시간쯤 올랐나, 전집에 들어가 김밥과 파전을 시키곤 산바람과 함께 바삭하고 따뜻한 음식들을 먹으며 오랜만의 산행에 놀란 다리 근육을 진정시킵니다. 단풍을 놀이까지 가서 보냐고 투덜대지만, 실은 너무도 좋네요. 이래서 계절을 핑계로 여행을 떠나나 봅니다. 봄이니 꽃놀이를 가고, 여름이니 물놀이를 가고, 가을이니 단풍놀이를 가고, 겨울이니 눈놀이를 가면서요.
--- p.144

눈앞에 있는 순간이 아름다운 줄 모르고 멀리서 봐야만 아름다운 줄 알다니. 실수하고 후회하고 어지러운 날들도 모여 아름다운 미래가 되어줄 것입니다. ‘아름답다’의 기준은 어차피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잘 지내온 얼룩도 아름답다 생각한다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철거 위기에 놓여 있던 도로가 이토록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듯이요. 용기가 생깁니다. 실수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용기 말입니다.
--- p.200

사실 그리 생각하지 않지만 일부러 아름다운 날이라 읊조리며 오른팔과 왼팔을 교차 시켜 나를 안아줍니다. 토닥토닥, 참 잘했어. 괜찮아. 금방 지나갈 거야. 잘될 거야.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팔을 쓰다듬으며 듣고 싶은 말들을 들려줍니다. 서서히 마음의 온도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