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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나의 행복

저자 소개

밀리카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글 쓰며 사는 삶을 꿈꿨다.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카레 요리를 자신 있게 내세우는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한때 그녀를 가장 설레게 하는 단어는 세일과 사은품이었다. 예쁘니까, 신상품이니까, 기분이 좋으니까, 울적하니까 등의 이유로 습관처럼 쇼핑하다 보니 집은 항상 물건으로 가득했다. 우연히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텅 빈 방 사진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타고난 미니멀리스트인 남편과 결혼해 미니멀 라이프를 함께 실천하는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줄이며 찾아온 살림, 인테리어 등 생활의 변화는 물론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글로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꾼다. 펴낸 책으로 《작고 귀여운 나의 행복》,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있다.

목차

  1. 책을 펴내며
  2. 1부 소소한 것들을 위하여
  3. 우아하게 살고 싶다
  4. 계란찜만큼의 거짓말
  5. 1층 립글로스와 7층 식당가 냉면
  6. 난 원래 씨에게
  7. 내 이상형 현재 진행형
  8. 미움받을 용기
  9. 아기 돼지 삼 형제 첫째와 둘째에게
  10.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11. 이걸로 퉁쳐주세요
  12. 일개 게으른 대중이지만
  13. 저는 언제 아나요
  14. 정말 좋은 행복
  15. 오.늘.하.루.만.
  16. 사랑과 열정 그리고 탄수화물
  17. 2부 내가 내 편이 되어줄게
  18. 샴푸 한 줌만큼의 마음
  19. 그 운동화 어디서 샀어요
  20. 유튜브 속 나의 방공호
  21. 냉장고에 넣어둔 딸기 케이크 맛 희망
  22.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다
  23. 화평이가 없다
  24. 나는 개를 키우면 안 된다
  25. 정답은 틀려도 해답은 있으니까
  26. 부러우면 진다 해도
  27. 누군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28. 어차피 백 년이 지나면 아무도 없어
  29. 인스타그램에 인증은 못 하겠지만
  30. 힘내라는 말보다는 기프티콘
  31. 실은 아이가 없어도 불가능했던 미니멀 라이프
  32.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33. 3부 우리 같이 행복해요
  34. 이게 뭐 그리 큰일인가요
  35. 엘리베이터 안에서 치킨 냄새를 맡으면
  36. 이런 귀찮음 또 없습니다
  37. 홍차의 시간
  38. 나를 닮은 당신에게
  39. 세일 눈치 작전
  40. 네 거친 신발과 불안한 침대와 그걸 지켜보는 나
  41. 돌아와요 무한도전
  42. 오늘도 한 입만
  43. 노안에 대처하는 마음
  44. 베프의 오빠 양준일 님이 돌아왔다
  45. 별에서 온 쿠폰
  46. 어그로가 없어 슬픈 유튜버
  47. 4부 주변엔 사랑이 가득해
  48. 결혼은 현실이다
  49. 슬픔을 희석하는 각자의 방식
  50. 사소한 비극 하찮은 행복
  51. 어머님과 우리집 칼 한 자루
  52.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아니, 요거트
  53. 엄마는 텀블러 요정
  54. 힘내라는 말보단 김치찌개 비법을 묻기
  55. 세상 갓벽한 남자 김동식
  56. 우리가 날씨로 인사를 건넨다는 것
  57. 편의점에서 레드와인
  58. 아무거나 한 병 사다 줄래
  59. 헤어졌어도 면접은 보러 가자
  60. 파트라슈가 프리미엄 유기농 사료를 먹었다면
  61. 조금 더 너그러운 밤
  62. 사해책방
  63. 책을 마치며

책 속으로

그저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망설임 없이 “우-아!” 하는 감탄사를 지르며 살고 싶다. 특히 작고 귀여운 존재 앞에서 너무 좋아 발을 동동 구르며 “우-아!” 하는 환호성으로 행복을 표현하면서 말이다.
---「우아하게 살고 싶다」중에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크게 이슈가 되었을 때, 난 속으로 생각했다. 미움받을 용기 소금 한 톨만큼도 없고 오히려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이 아주 두렵다고. 앞으로도 나 따위는 태생적으로 소심 쫄보인지라 미움받을 용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기도 힘들 거라고. 그러니 제발 나를 혹여 미워한다면, 티 내지 말아주시라고 말이다.
---「미움받을 용기」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정말 좋은 행복'이란 이런 거예요. 남들에게 지금 당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훗날 기억되길 바라는 거죠.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는 행복보다 내가 쉽게 잊지 않길 바라는 행복을 얻는다는 건 저처럼 속물적인 사람으로서는 마냥 만만한 건 아니겠다 싶긴 합니다. 마치 단팥 크림빵을 득템하는 것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처럼요.
---「정말 좋은 행복」중에서

바람이 있다면 적당히 먹을 줄 알아서 건강을 관리하는 날이 기적처럼 오기를. 내 묘비명에 “내겐 적당히라는 게 없었다. 사랑도, 열정도 그리고 탄수화물 섭취도.”라고 새겨질까 염려하면서 말이다. 오늘도 어느 탄수화물 러버는 탄수화물로 행복하고 탄수화물로 한숨을 쉰다. ‘일희일비’가 아닌, ‘탄희탄비’(탄수화물로 기쁘고 탄수화물로 괴로운)로 말이다.
---「사랑과 열정 그리고 탄수화물」중에서

정말 위로가 되는 방식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구체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묻는 게 아닐까 싶어졌다. 세상에서 한없는 패배자로 느낄 필요가 없다고. 신고 있는 운동화 정보를 친절히 알려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 멋진 인류애를 실현하고 있는 존재라고.
---「그 운동화 어디서 샀어요」중에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는 순간만큼은 엉망진창으로 어수선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단순하게 행복해졌다. 정말 눈물이 날 만큼 맛있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 그동안 못 먹고 아등바등 살았던가 싶었다. 그때 난 결심했다. 나에게 종종 이런 사치를 허용해 주겠노라고.
---「냉장고에 넣어둔 딸기 케이크 맛 희망」중에서

강아지를 사랑하는 방법이 반드시 내 자신이 강아지의 주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강아지에게 내가 가진 시간과 공간 등을 흔쾌히 내어 주는 것도 사랑일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천국에서 화평이를 만난다면, 귀여워만 하는 것밖에 몰라서 정말 미안했다고 울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었다고도.
---「나는 개를 키우면 안 된다」중에서

힘내라는 말보다는 ‘먹고 힘내.’라는 문구가 적힌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 주는 것.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하는 것보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몇 시간이 걸린다 해도 다 들어줄게.’라고 건네는 것. 위로는 상대방에게 내가 가진 시간이라든가 돈이라든가 뭔가 현실적인 것을 내어줄 때 더 힘이 되기도 한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기프티콘」중에서

쇼핑을 할 때 가장 낭패스러운 건 인터넷에서 모델이 입었던 것과 핏이 다르거나, 사이즈가 안 맞을 때가 아니다. 오늘 배송 받아 개봉한 물건이 다음날 폭풍 세일한다는 소식을 마주 할 때다.
---「세일 눈치 작전」중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나와 황소와 줄다리기,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하기, 롤러코스터 타고 립스틱 칠하기, 강풍기에 낙엽 달아서 젓가락으로 줍기 등. 온 몸을 던져서 도전하는 것에 “대체 왜 이딴 짓을 오락이랍시고 멍청하게 하고 있나?”라며 많은 이들이 한심하게 바라보며 혀를 찰 때, 나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열광했다. 말도 안 되고 실패할 게 너무 뻔한 것에 꾸역꾸역 도전하는 그들의 무모함이 이제껏 보지 못한 엄청난 자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돌아와요 무한도전」중에서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때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것 때문이 아니다. 아주 미세하고 생활적인 것으로 인해서다. 예를 들어 내가 샤워하러 들어가면 설거지를 멈추고, 내가 설거지를 시작하면 마칠 때까지 샤워를 미루는 남편의 모습에서다. 우리집 수압을 고려해 자신에게 할당된 물을 먼저 아낌없이 내게 쏟아주는 것에서 사랑을 느낀다.
---「결혼은 현실이다」중에서

그저 나는 어느 부류의 슬픔은 마음의 작은 호수처럼 간직하는 게 평온하기에. 슬픔이든 기쁨이든 내 삶의 잔잔한 테두리 안에서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존재하길 원하니까. 앞으로 살다 보면 어떤 슬픔은 댐 문을 열 듯 모두에게 방출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슬픔도 사람마다 종류별로 상활별로 거기에 맞는 방정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다.
---「슬픔을 희석하는 각자의 방식」중에서

일 년의 시간이 드디어 흘러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그동안 남편과 못 해본 데이트를 마음껏 했다. 봄에는 윤중로에 벚꽃을 보러 가고 여름엔 강원도 속초 해변으로 가고 가을엔 단풍이 절정인 경북 문경새재에 가고 겨울엔 동네 공원에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다른 데이트 방법도 많았지만, 그때는 그와 내가 온전히 함께 같은 계절 속에 살아 있다는 걸 매번 확인하고 매 순간 실감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확인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곁에서 잘 살고 있다고. 왜냐하면 그가 들이마시는 달콤한 봄 냄새를 지금 나도 맡고 있으니까.
---「우리가 날씨로 인사를 건넨다는 것」중에서

지난날 저질렀던 실수와 잘못 그리고 안타까운 기회들. 돌이킬 수는 없지만 문제의 징후를 찾아서 삶을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고 싶다. 톰이 썸머와 헤어지고 어텀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랑을 만나 이전보다는 편안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사랑하고 헤어질 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도 죽지 않고 증오하지 않기를. 사랑만을 쫓지 않고 내 삶에 먼저 충실하다 보면 우연처럼 운명 같은 사랑도 만나기를.
---「헤어졌어도 면접은 보러 가자」중에서